김강사와 T교수
- 유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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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문학사
김만필(金萬弼)은 동경 제국 대학 독일문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이며, 학생 시대에는 한때 문화비판회의 한
멤버로 적지 않은 단련의 경력을 가졌으며, 또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일 년 반 동안이나 실업자의 쓰라린 고통을 맛보아
왔지만 아직도 "도련님" 또는 "책상물림"의 티가 뚝뚝 듣는 그러한 청년이었다.
김만필은
동경제국대학 독일문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다. 그러나 그는 취직난이 심한 때에 졸업을 한 탓으로 오랫동안
실업자 상태에 있었다. 그러다가 조선에 와 있는 관리 H과장의 주선으로 일본인
S전문학교에 시간강사로 나가게 된다. 그는 남에게 알려지면 별로 좋지 않은 학생 때의 전력이 있다. 학생 때 그는 좌익
학생운동 단체인 문화비판회에 관계한 적이 있다. 사상운동의 전력이 있는 자는 당시 사회에 잘 용납이 안 되었던
것이다.
그가 부임한
S전문학교는 분위기가 상당히 딱딱했다. 거기에다 새로 근무를 하게 되었기 때문에 김만필은
아주 서먹서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친절하게 접근해 오면서 대하는 이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T교수였다. 그는
김만필에게 이 학교의 학생들은 매우 질이 좋지 않으니까 주의하라는 둥, 그 가운데서 스즈끼, 야마다, 가도란 자가 특히
문제라는 둥, 여러 가지 충고를 해준다. 김만필은 그가 매우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후
김만필은 취직에 힘을 써 준 H과장을 집으로 찿아간다. 그런데 그 대문 앞에서 T교수와 마주쳤다. 그는 보퉁이를 들고
먼저 부엌으로 들어가 하녀와 이야기하고 나왔고 김만필은 그런 그의 행동이 별로 좋게 보이지 않았다. H과장 집에서 나오게
되자 T교수는 김만필에게 차 한 잔 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세르팡'이라는 찻집에서
마주앉자 그는 김강사가 작년 어느 신문에 원고료를 탈 목적으로 쓴 '독일
신흥작가군상'이라는 논문을 아주 좋은 글이었다고 칭찬을 한다. 김만필은 그의 그런 말에 아주 기분이 나쁘다. 그 글의
내용은 독일의 좌익작가를 다룬 것이었다. 따라서 그로서는 학교가 그걸 알아서는 좋을 것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T교수는
그의 집 주소까지 알고 있었다. 이래저래 김만필은 그를 싫어하게 된다. 그는 또한 같은 독일어 선생인 C를 주의하라고
일러준다. 김강사는 마음이 착잡해진다.
어느 일요일
스즈끼가 집으로 찾아왔다. 그는 학생들이 패기가 없고 안일주의에 빠져 있다고 분개한다.
뿐만 아니라 그가 문화비판회의 일원이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말한다. 김강사는 적지 않게 그를 경계하면서 그런 말의
출처를 알아본다. 그러자 뜻밖에도 그것이 T교수의 입에서 나왔음을 알게 된다. 스즈끼는 김강사에게 독일문학연구회 모임을
조직하였으니 지도해 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강사는 그에게 불안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가자 김강사는 차츰 학교 내의 사정을 짐작하게 된다. 학교는 교장과 T교수의 농간에 놀아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항하여 물리학의 S교수, 독일어의 C강사 등이 한패를 이루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 가운데 '세모 대매출'의 깃발이
휘날리는 연말이 다가왔다. T교수가 과자 상자나 사 가지고 교장을 찾아가라고 김강사에게 일러준다. 그말에 김강사의 심경은
더욱 착잡해진다. 그는 일단 과자 상자를 사들기는 했다. 그러나 끝내 그럴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것을 어떤 일가
아주머니에게 주어 버린다.
겨울 방학이
지나고 학교에 나가게 되자 김강사는 더욱 피곤을 느낀다. 그에 반해서 T교수는 얼굴에 기름이 번지르하게 흐르고 아주
신수가 좋아진다. 겨울 이후로 그는 한국 민속을 연구한다고 '젊은 무당과 양금, 가야금 뜯는 기생' 들을 뻔질나게 물고
다닌다. 그 속은 아무도 집작하지 못한다. 어느 날 그가 H과장이 만나잔다고 전한다. 김강사는 무슨 이유일까를 생각하면서
그를 찾는다. 그런데 H과장은 평소의 온후하던 모양을 일변시키며 독살스러운 눈으로 자기를 속였다고 야단을 친다. 김강사가
사상적으로 불온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언성을 높이기까지 한다. 그때 이읏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언제 보아도 봄 물결이 넘실거리듯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는 T교수였다.
"무엇! 그래도 자네는 나를 속이려나
? "
H 과장은
소리를 버럭지르며 찻종을 덜그럭하고 놓고 의자를 뒤로 떠밀며 몸을 벌떡 젖혔다.
그때 이웃
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언제나 일반으로 봄 물결이 늠실늠실하듯 온 얼굴에 벙글벙글 미소를 띤
T 교수가 응접실로 들어왔다.
▣ 주제 :
지식인의 현실에 대한 타협과 그 모순에서 생기는 갈등
▣ 등장
인물
김만필
- 동경 유학을 다녀온 독문학 시간 강사
T교수
- 김만필의 학교 교수, 교활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 배경 :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의 고민과 모순된 현실, 서울의 S 전문 학교
주변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감상
이 「김
강사와 T 교수」는 식민지의 현실 상황 아래에서 지식인이 겪는 비극적인 모습을 통해, 식민지 정책에 따른 민족적 차별과
일본인 지식층의 횡포를 다루고 있어, 30년대 지식인 소설의 한층 심화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소설은
지식인 소설의 전형이다. 나약한 지식인이며 자아와 과거의 신분을 속이며 현실에 순응해야
하는 1930년대 지식인의 모습이 제시된다. 그 는 '책상물림'이며 창백한 지식인의 유형에 속하는 김만필이다. 그는
세속적인 요령을 피울 줄 모르며, 지난날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현재 생활에 대한 양심의 가책 속에서 살아가는 가녀린
양심의 소유자다. 그에 대해서 교할하고 비겁한 성격의 소유자인 T교수가 있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는 아첨이나 비겁한 짓을
서슴없이 한다. 이 소설에서는 이 두 사람의 행동을 대조시킴으로써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생활의 한 단면을 제시하려
했다. 마치 전광용의 「꺼삐딴 리」의 주인공 이인국 박사와 흡사하다.
그리고 지식인의 문제에 대해 진지한 자기
반성과 분석을 하고 있어, 소설사적인 의의를 갖는 것은 물론, 정신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김 강사와 T교수」의 배경이 되고 있는,
주인공 김만필의 강사 취임 시기는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해인 1933년 2학기이다. 이 시기는 만주 사변에서 중일전쟁
발발의 사이로 지식인들, 특히 반일적 지식인들에게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봉쇄됨으로써, 지식인의 활동이 극도로
약화된 시기였다. 이러한 당대의 암울한 상황, 고립된 현실, 그리고 진지한 이념이나 역사적 체험의 부재는 지식인의 전향을
부채질하였다. 이로써 1930년대 중반기는 시회주의 운동가 및 문학가들이 전향을 하였으며 동시에 반일적 작품이 급격히
감소한 시기였다. 바로 「김 강사와 T교수」가 발표된 1935년은 전향기의 축을 형성한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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